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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상당한 침술을 지닌 맹인 심술사의 궁에서 겪는 이야기

천경수가 어린아이를 업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다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멈추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침술원에서 조수로 일하는 천경수는 왕실 어의인 이영익이 직접 내의원에 들어갈 의원을 스카우트하는 시험에 응시한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실내의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환자의 팔뚝에 묶어 둔 실을 통해 실외에서 진맥하는 것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남자 환자에게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둥, 오늘을 넘기기 어렵겠다는 둥, 자신이 쓰던 실이 아니라 어렵다는 둥 엉터리 진료만 하여 이영익의 한숨만 자아냈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천경수가 보이지 않는 대신 고도로 발달한 청각을 이용하여 불규칙한 발소리, 가쁜 숨소리를 통해 풍 환자임을 단박에 알아내고, 더욱이 처음부터 진맥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는 소신 발언까지 한다. 이어 제대로 침을 놓아 풍 환자의 발에 감각을 되살리기까지 하자, 이에 흡족한 이영익은 바로 천경수를 발탁한다.
당시 천경수에겐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남동생 천경째가 있었고 정기적으로 약을 먹여야 하지만, 이미 약사에게 수없이 약값이 밀려있었는데도 다시 구걸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마을 사람 중에도 천경수에게 동정을 베풀기는커녕 그가 맹인이란 점을 이용해 고기를 제값보다 덜 주는 등 사기나 치는 인간들이 있었다. 다음 날 천경수는 의원이 되어 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 오겠다는 다짐으로 집을 떠난다.
궁에 들어온 천경수는 선배 의원인 만식과 친해지며 도움을 받는다. 만식은 천경수에게 '이곳에선 봐선 안 될 걸 봤다면 모른 척해야 하고, 부정하면 안 될 화제에선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생존법을 알려준다. 한편, 실수로 밖에 떨어져 굴러다니던 독약 병을 천경수가 주웠다가 다른 선배 의원에게 혼나는데, 경수가 만식에게 왜 이곳에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 있는 거냐고 묻자 만식은 사약을 어디서 만들겠냐며 간접적으로 대답한다.

인조는 구안와사 증세가 왔고 이영익과 소용 조씨가 있는 앞에서 천경수에게 침을 맞는다] 강진의 친정이 주상의 보양을 위해 보낸 죽을 가져왔지만 죽었는데 입맛이 있겠느냐며 먹지 않는다. 이때 강진이 찾아와 투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이 바늘이 이영익이 미처 회수하지 못한 독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인조는 이영익을 "칠칠치 못한 놈"이라고 까고서] 강진에게 그 투서를 보낸 목격자가 누구인지 캐묻는다. 그 순간, 천경수는 강진이 진범을 알고 있다 밝힌 이래 인조의 몸이 이상하리만치 떨리는 것을 감지하고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당황하다가 이영익이 세자에게 침을 놓을 때 자신이 함께 있었고 그는 범인이 아니라며 두둔하는 것으로 강진의 입을 막는다. 결정적 증언을 해야 할 천경수가 오히려 반대의 행동을 하자 강진은 당황하고, 어서 목격자가 누군지 말하라고 다그치는 인조를 쳐다보던 강진은 뒤쪽에서 고개를 젓는 천경수의 신호를 접하고선 비로소 전말을 깨닫고 "어찌..."라고 읊조리며 온몸을 떤다. 그러자 인조는 전복죽에 직접 독약을 타 기미 상궁에게 강제로 먹여 죽이고, 강진이 왕이자 시아비를 죽이려고 했다고 거짓 누명을 씌워 끌고 가게 한다. 인조는 세자빈이 목격자를 대답하려 할 때 천경수가 이영익을 두둔하는 것이 그의 진심이라 생각했고 듣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모를 거라 여겼다.

천경수는 왕의 침소를 찾아가 서둘러 침을 놓지 않으면 전신마비가 올 위험이 있다, 어의 이영익이 보냈다고 거짓말을 하여 왕에게 침을 놓는다. 한편, 이영익은 소현세자 궁 창문 바깥의 발자국을 주시하게 되고, 발자국 옆에 지팡이로 찍은 듯한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는 목격자가 천경수임을 깨닫는다. 최 대감은 계획대로 우승지를 보내 인조에게 문서를 쓰게 유도하고 인조가 붓을 드는 순간 경수가 침으로 오른손을 마비시킨다. 인조는 오른손에 붓이 쥐어지지 않자 짜증스러워하며 그냥 안 쓰겠다고도 했지만, 우승지의 계속되는 문서 집필 요구에 스스로 쓰겠다고 한 말도 있어 무르지도 못해 결국 왼손으로 꾸역꾸역 문서를 쓰고는 옥새를 찍으려 한다. 그런데 그때 이영익이 궁궐로 들이닥치고 천경수가 범인이라고 말한다. 인조는 천경수의 허벅지에 난 상처까지 발견하고는 최 대감이 시켰냐며 문서를 구기려고 하는데, 그 순간 천경수는 대담하게도 인조의 모든 신경이 마비되는 혈에 침을 놓아 인조가 못 움직이도록 만들고, 왕을 인질로 삼아 모든 사람을 무르게 시켜 틈을 만든 뒤 문서에 직접 옥새를 찍고 이를 챙겨 달아난다.

그러던 중 천경수는 인조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궁에 불려가게 됐는데, 인조는 죽을병에 걸렸음에도 경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보고 '이놈이 날 죽이려고 한다!'라고 외치지만,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난리를 치던 인조의 말이었기에 내시들은 '또 시작이네'라고 중얼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인조는 그렇게 천경수의 침을 그대로 받았고 천경수가 "무엇이 보이십니까?"라 묻자 인조는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시야가 어두워진다. 인조의 사망이 알려지고 내시가 천경수에게 사인을 묻자, 4년 전 인조가 소현세자를 암살하고 학질이라고 덮었던 것과 똑같이 학질이라 대답한다. 굳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궁을 걸어나서는 천경수의 얼굴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올빼미 등장인물 정보

천경수 역은 류준열이 맡았다. 천경수는 맹인 침술사이다. 정확히는 완전한 맹인은 아니고 빛이 없고 어두운 곳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주맹증인데, 낮에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하는지라 사실상 맹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본인도 대외적으로 맹인으로 사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동생 경제와 함께 낡은 초가집에서 살며 동네 침술 집 조수로 일하던 중 이형익에게 발탁되어 궁궐 내의원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소현세자와 그의 아들 원손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다 사건이 일어난 밤에 모든 진실을 본 유일한 목격자가 되는데 자신이 본 걸 말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처지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인조의 역은 유해진이 맡았다. 조선 제16대 왕이며 소현세자의 아버지이다. 8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한 아들을 단 며칠 만에 떠나보내자 분노에 휩싸여 화병으로 마비 증상까지 보이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범인을 찾아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라고 결의하며 모든 궁궐 문을 폐쇄한다.

이형이고 역은 최무성이 맡았다. 내의원의 어의이자 경수, 만식의 상관. 장님이라 모두가 무시하던 경수의 실력을 알아보고 그를 전적으로 밀어주며 내의원으로 발탁한 사람이다. 창문에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의문의 인물을 목격하고 소현세자의 사망을 알리게 되면서 사건의 신호탄이 된다.

 

올빼미 평가

11월에 시사회가 진행되었는데 시사회 후기가 대체로 좋은 영화라 관객들 유치에 힘이 실렸다. 정식 개봉 이후에도 평점은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한국 영화들 중 관객 평가가 가장 좋다.

작품의 주제는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야만 하는가'이다. 작품 내에서는 이를 인물의 입을 통해 다소 직설적으로 들릴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후반부에 도달하면 밝은 곳에서 보지 못하는 경수가 본 것을 사람들이 믿고, 조선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왕 인조가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으며 주제에 대한 답과 함께 아이러니 함을 자아낸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스릴러 적인 요소를 내포한 사극임에도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 않게 흘러가는 데다 전체적으로 몰입감을 끌어내는 전개가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극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두 주연배우가 각자 처음으로 맡아보는 역할임에도 상당히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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